원하지 않아도 이미 다른세계.'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나도 참 성격 나쁘지. 어쨌든 아카데미어쩌고 하는 문구가 대형으로 보이는 포스터는 질색이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두명의 코엔 감독
토미 리 존스, 하비에르 바르뎀, 조쉬 브롤린, 우디 해럴슨









이걸 개봉한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알았냐면, 이글루 메인에 '노인을위한나라는없다' 테그가 있기에(웃음) 음. 한국에 개봉해 있군. ㅍㅍ 하고.
여하튼, 저번 주말. 리챠드와 데이트.





한편의 영화가 장면의 재미와 스토리의 묘미, 독특한 이야기와 퍼펙트케스팅따위의 이런저런 토끼들을 싸잡는일은 쉽지않다. 간혹 이런 영화를 발견하는 일이 일어나면 관객은 흥분하거나 어려워하는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이를 어렵다고 느끼는 이들의 고민이 네이버를 잔뜩 장악한 이유는 이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선전했기때문이겠지. 그렇지 않다면 재미없다로 일관했을 테니까.

다만, 마음에 들었던 한가지만 기억하면 그만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그것으로도 영화의 표값이 아깝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동전을 두고 두 남자가 대화하는 장면만으로도 영화표 한장의 값을 톡톡히 한다. 진짜 서스펜스. 끝내주게 멋드러진다.







사냥중에 마약거래상들의 시체들을 발견한 남자. 그는 마약거래상들의 돈을 챙기고 목숨을 건 도주를 시작한다. 그저 좀 비범한 양아치 같아 보이는 이 남자는 월남참전 퇴역군인으로, 대단한 생존기술을 선보인다;;

이 남자가 딱히 전쟁의 잔상을 보여주거나 인간적인 고뇌를 내비치지는 않는다. 돈에 대한 욕심을 빼면 마치 영화의 스릴을 완성하기위한 기계처럼 뛰어난 전술을 보여줄 뿐이다. 영화의 '요소' 로 흡착되는 능력이 대단한 배우다.






이 남자의 아름다움은 떠들 필요도 없다. 그는 화장실 앞 작은 나무의자에 앉아 잘생긴 서스펜스가 방 중앙에서 꿈틀거리는것을 담담히 지켜보며 그 꼬리를 쥐고 이리흔들 저리흔들 요리한다. 

사이코킬러의 케릭터는 지금같은의 세상에선 별 독특할것이 없는 소재다. 이것이 이 영화가 하고싶은 이야기의 시작이고, 우리는 저 남자가 충격적으로 정신이상인 살인마라는 사실하나로는 별로 놀라지 않는다. 영화속에서 몇명이 어떤방법으로 죽어나가든 별 대단한 일은 아니다. 독특한 살해방법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이며 그건 늙은 보안관이 말한 소 머리에 넣는 칩과 같다.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소머리의 칩에대해 이야기하던 보안관은 '영화의 주인공'이아니라 '영화제목의 주인공'이다. 우리는 쫓고 쫓기는 두 남자의 이야기와 이 나이든 보안관의 이야기를 연결하기 힘들다. 그들은 서로 다른 선에서 영화안을 배회하고 좀더 정확히 말 하면 같은 시대의 다른 세계에서 살고있다.

(이젠 스포일러 있음)
영화의 처음에 독백하는 이 노인의 이야기에서 그래도 그는 사건속에 발을 넣어놓고 있다. 어떤 끔찍한 범죄인이었든 이 보안관의 손에 잡혔음으로 두 남자는 같은 세계속에 있는것이다. 그러나 영화안에서 이제 그는 범죄자와 피해자, 그 누구의 세상에도 들어갈 수 없다. 그저 배회하고있을 뿐이다. 아니, 이미 세계는 그를 밀어내고 있었다.
사건이 끝난 모텔 안에 앉아 사건과의 완벽한 단절을 느끼는 그의 눈속엔 마치 귀신의 존재를 느끼는것과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귀신이 두려운것은 그것이 내개 어떤 피해를 주었기때문이 아니라 전혀 다른 세계에 있기때문이다. 그는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생각을 하고있는지 전혀 모름으로 두려움을 느낀다.
모텔방안의 노인은 세상모두에서부터 고립되어있는 자신을 만난다.
어쩌면 귀신은 그들이 아니라 노인 자신인지도 모르지.
청년이 늙는다는것은 어디서나 비극이다.

그러나 젊은 두 남자가 만난 아이들은 또 다른 세계를 만들것이 아닌가. 피범벅의 남자에게 맥주값을 받아내려했던 아이를 보는 남자의 눈빛은 노인의 그것과 닮아있었지.










총과 피가 춤추는 영화를 자주 만드는 두 젊은 남자가 어째서 늙남자은 시선에 초첨이 갔는지는 알수 없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뭐 그럴수도 있겠다는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이들또한 언젠가 젊은이들이 만든 영화를 보면서 요즘애들 머리는 뭐가 든거야 라고 떠들때가 오겠지만, 사실 정말로 이 두 남자가 그것을 걱정하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냐면 나는 그렇게는 생각되지 않는다.
뭐,
어떻게 생각하면 그럴수도 있다고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어쨌든 총을 든 범죄자를 쫓는 보안관과 스릴러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닮은점이 많은건 사실이다.

그러나 내게 지금 중요한건 젊은 두 코엔이 만든 순간순간의 장면이 참으로 근사하고 또 영화가 재미있다는 것.
물론, 지금 젊은 나에게.







by 이따이카키 | 2008/03/04 13:08 | └ 영화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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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앨버트 at 2008/03/04 15:00
가장 좋았던 씬은 그 '묻지마 내기씬' 이지. 뜬금없이 동전을 던져놓고 맞춰봐, 라니. 구멍가게 주인이 어눌하게 무엇에 대한 내기지요, 라고 묻는 그 장면 말이야.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쓰 프루프의 충돌 씬에 버금가는 임팩트가 있어. 대화 씬으로만 그런 긴장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해. 배우 역시 나무랄 데 없고. 쿨하단 말야!
Commented by Bangheva at 2008/03/04 15:29
보고싶은 영화였는데 아직도 못보고 있답니다...아...
이놈의 직장인 + 찍사의 비애 [좌절]
Commented by 이따이카키 at 2008/03/05 19:25
리챠드/ 음 ㅍㅍ 그장면은 정말 강했어요. 그리고 여관방에서 처음 추적장치를 발견했을때의 상황도 좋았고...
B군/ 그래도 타이틀이 있어서 빨리 내리지는 않을꺼야 ㅍㅍ+ 서면쪽이잖아! 일 끝나고 보아. 혼자봐도 아깝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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