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군대에서 튀어나온 남자의 적응

늦다.
동생녀석은 계속해서 내 속을 긁고있다.
다름이 아닌 최근 녀석이 지르고 있는 물건들의 센스가 나를 바짝바짝 말린다.
무어 어쩌다 하나라면 적당히 지적을 하겠지만 처음부터 열까지 촌스러워주시면 어디부터 말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다 말하자니 입이쓰고 자존심을 건드릴 것 같다. 이 싸움은 처음 전역을 하고 나온 녀석이 죽어라고 민 구렛나루에 비니를 쓰고 나갈때부터 시작이었다. 하나하나 가지고 싶다는 아이템이 거지같은 것을 참는데 한계가 있어서 그냥 말을 안 하기로 했다.
녀석은 결국 내가 그렇게나 은근하고 완강하게 거부의 의사를 표현했음에도 샤넬체크의 롱코트를 지르고야 말았다.

유명 브렌드에서 간판처럼 사용하는 무늬나 라인, 혹은 그 시즌이나 이전시즌에 유행을 한 아이템은 싸구려를 사느니 사지말라고 전국에 방이라도 붙이고 싶은 심정이다.(TV에서 실버가 유행이라고 했다 해서 은색으로 번쩍이는 커다란 백을 9천9백원 주고 지마켓과 거래하지 말란말이야!!!) 게다가 그 페브릭이 장장 1,2년 유행을 하고 난 후에는 말할것도 없다. 그리고 유행히 한창 무르익고 폭팔했을땐 그 물건을 사는게 아니다. 주식도 꼭지점에서는 매수하는게 아니란말이다!!! 나는 이제 그놈의 샤넬체크 스카프를 보면 긍꼴이 바짝바짝 선다. (심지어 올해초에는 독일에서까지 그녀석을 봤다.)

여하튼 동생의 롱코트는 최악이었다. 칼라라인은 천을 아낀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뻔뻔한 제단이라서 전혀 활용도가 없고 엉덩이핏이 흉해서 뒷태가 뚱뚱해보였다. 너 그거 어쩔꺼냐 하고 면전에 손까락질 하고싶었으나 참았다.
가장 놀라운것은 동생이 그 코트에 대단히 만족했다는 것.
허벅지를 손으로 힘차게 한번 문질러 놓은것 같은 워싱의 그레이진에 그 어설픈 롱코트를 입고, 휑한 목에 짧은 머리로 기분좋으신 듯 출타하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열불이 났지만 조용히 절충안을 내놓았다.
"길가다가 까만색 무지목도리 있으면 하나 사라"
술값이 모자라서 못살것 같다고 대답한다.
내가 형이 아니고 누나라서 다행이다. 때렸을지도 모른다.
아아
나는 진정 그 '예비역' 이라는 동물의 탄생을 목격하고있다.

by 이따이카키 | 2007/11/29 18:31 | 외각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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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차차 at 2007/11/29 21:56
남동생들이란(...)
누나들을 심적으로 많이 괴롭히는거 같아요(...)
Commented by 이따이카키 at 2007/11/30 09:18
원래 센스가 있는녀석은 아니었지만 모르는것에 고집을 부리는 타입은 아니었는데 말이죠...
Commented by maxi at 2007/11/30 13:29
......................................................전역100일차로서 심히 찔리는 글입니다.

사실 군대에서 있는 동안 의욕과 잘못된 정보(=맥심같은 남성잡지) 만 잔뜩 들어서;;; 저도 패션 테러리스트로 살고 있음..ㅜ.ㅜ 빨리 고쳐야 하는데
Commented by 이따이카키 at 2007/11/30 14:11
그 잘못된 정보들(돈버는 방법이나 멋진남자되는 방법 같은...) 때문이라고 뭉글뭉글 생각하고있습니다 ㅠㅠ 뭐랄까, 국가적 차원에서 전역전에 사회적응 프로그램이라도...
Commented by 반츠아 at 2007/12/03 15:11
보통 맥심이나 지큐를 세상에 뒤쳐지지 않고 눈요기(?)도 하기위해 열심히들 본다고 하지만 거기 나오는 옷들은 왠만한 하드웨어가 되어 주지 않으면 어울리지도 않을뿐더러 어설프게 만든 짝퉁들 따위는 진정시각테러입니다.(구찌남자모델들이 런웨이에 입고나오는 더블자켓이나 롱코트나 글라데이션 구두 같은데 대한민국 평균적인 남자들에게 어울릴리가....)
Commented by 이따이카키 at 2007/12/04 09:09
내 말 이 말입니다. 그런건 짝퉁을 입느니 안 입으니만 못합니다. 게다가 '얼굴이' '몸'이 더 보인다니까요. 베이직하고 멋진 아이템이란건 그것을 입은사람의 장점을 살리기위해 있는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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