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고 말했다.-파라노이드파크/구스반산트



파라노이드 파크

드라마, 스릴러 | 2007.11.22 | 84분 | 프랑스
감독 구스 반 산트
출연 게이브 네빈스, 다니엘 루, 테일러 몸슨, 제이크 밀러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봤다. 난 잠시 있지도 않은 밀실공포증이 생겼을 정도.

'엘리펀트'에 대한 사랑으로 그를 찾는 팬이라면 이 영화에 만족 할 것이다.
구스 반 산트의 소년애(당신이 생각하는 그것과 틀림 ㅍㅍ)는 크리스토퍼 도일의 예민하면서도 무분별한 촬영에 힘입어 보는 이를 손끝까지 떨리는 외로움으로 인도한다. 그가 죽어라고 떠드는 이 '소통의 단절'에 대한 공포. 가드레일 안쪽을 기어나오는 남자의 형상은 한동안 지워지지 못하는 악몽으로 관객의 뇌에 머무른다.
물론, 늘 이 감독이 고르는 미형의 출연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여성관객에게도 후회없는 선택이 기다릴 것임. ㅍㅍ+





주인공(이하소년)은 스케이트보드에 버닝하는 평범한 (미모의)청소년으로. 그의 이상은 '파라노이드 파크'애서 멋드러진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청년들이다. 그것이 그의 눈에 보이는 '어른' 이다. 다시말해 그 이상의 모든것은 그의 세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는 10대이며, 10대인 그에게 세상은 자신이 지금 서 있는 곳과 가고싶은 곳, 두가지 뿐이다. 그리고 여기 그에게 있어서 '가고싶은 곳' 다시 말 해 도달하고 싶은 최종의 이상, 파라노이드 파크가 있다. 어느날 갑작스럽게 그곳에 가자는 친구에게 소년은 당황하며 말 한다.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돼되었어.]

그러나 그는 따라나선다. 그래도 '파라노이드 파크' 는 소년이 지정한 세계 속에 있다.



(스포일러 있음)



소년은 준비가 필요하다는것을 자신이 알고있음에도 도전했던 더 큰 세상(파라노이드 파크)에서 만난 어른에게 기차무임승차 놀이를 재안받는다. 소년의 시선을 대변하는 카메라는 답답하리만큼 안절부절 움직인다. 상대인 어른과 소통을 위해 그를 힘겹게 쫓아가고있는 카메라의 시선은 처절하지만 쉽지 않아보인다. 소년은 정말로 이 공간에 있기엔 너무 이른것 같다. 그러나 그는 시도한다. 그리고, 끔찍한 사건을 경험한다.
처음 자신외의 세상과 소통을 시도한 그에게 닥친 극단적인 공포.
그로해서 소년은 다시 자기안으로 기어들어간다.



이 소년에게 있어서 세상은 자신과 너무나 다르다.
마치 감당하기 힘든 그의 여자친구와 같다. 그녀는 꽤 인기 있을 듯 한 금발의 미인이지만 소년에게는 너무나 버겁다. 소년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은 그녀의 외모까지이고, 그것은 확실히 소년에게 기쁨을 준다. 이별을 고하러 가는 장면에서조차 소년은 그녀의 등장을 아름답게 느낀다.
슬로우모션으로 다가오는 그녀의 흔들리는 머릿칼과 움직임은 그의 귀를 음악으로 뒤덮을 만큼 아름답다. 하지만 대화는 들리지 않는다. 그녀의 생각이나 내면이 소년에게는 받아들여지지 못 한 것이다. 그들의 단절의 선은 거기까지다. 이런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소년이 세상을 대하는 형태를 대변한다.
[자고나서 바로 해어지자니!!]
소년의 자신 밖의 세상을 이해할 의지가 없는 단절과
그녀의 단순히 자신의 옳음을 의심하지 않음으로서의 단절은 이어질 돌파구가 없다.


소년에게는 새로 말을 걸어오는 또래의 여자친구도 있으나 그는 그녀를 밀어내지 않을 뿐, 그녀와의 새로운 소통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 힘든 일이 있으면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서 말 해. 그러면 한결 편해져.]
그녀는 소년에게 자신에게 편지로 이야기 해 달라는듯 이렇게 말 하지만 소년은 갈대숲 속으로 숨어들어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것으로 문을 닫는다.
새로 등장한 소녀는 소년과의 소통을 원하고 있으나
이미 소년의 단절은 공포를 경험 한 후 너무나 단단해져 있다.

소년은 자신이 가진 세상과의 선을 무참히 깨달아가고 그것에서 살아남기위하 더 단호한 벽을 선택했다. 키큰 갈대는 아름다운 몸을 흔들어 소년의 주위를 감싸고 그를 보호하듯 가두어준다.






영화를 같이 봤던 나의 연인이 발견한 것 과같이 주인공 소년이 보는 '어른' 들은 모두 얼굴이 정확히 나오지 않는다. 다만 소년이 정한 소수의 이들만 예외적으로 친입 할 수 있다. 예를들면 학교에 찾아 온 경찰이 그랬고, 철도에서 만났던 관리원이 그랬다. 그러나 하나같이 그들은 '공포'와 함께 다가왔을 때에야 비로소 소년의 눈에 명확히 들어오는 것이다.
소년의 '어른(세상)'에 대한 단절은 심지어는 소년의 부모조차 마찬가지다. 이혼을 하려는 그의 부모는 소년에게 분명히 걱정거리지만 소년이 그것에 집중하여 우울해 하고있는것은 아니다. 부모는 소년에게 마음을 쓰고있고, 소년도 이 상황이 그다지 대단한 비극이 아니라는것을 알고있는 듯 하다. 아니, 그에게 부모와 가정의 일 따위는 별로 관계가 없다. 그것들도 그와 단절되어있는 세상의 일부분일 뿐이다.

파라노이드 파크에서 구스 반 산트는 소통에의 단절이 부르는 공포와 공포가 불러오는 단절의 이음새를 담아낸다. 그는 이 작은 청소년기의 '소통의 단절'이 상상을 초월하는 공포를 불러오는 형태를 보여줌으로서 그들의 외로움이 그들 자신에게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가를 말한다.




주인공 소년이 갈대밭에서 자신의 비극을 자신에게 편지로 써 되돌리는 장면을 보고 이입이 심해 정신을 놓았던 나는  연인을 꼬셔 갈대밭을 보러갔다.  
그리고 영화에서의 갈대밭은 사실 억쇠풀이라는것을 알았다.(흥)
그래도 여기까지왔는데.. 한송이 정도는 가져가야... 라고 궁시렁거렸더니 리챠드는 갈대를 꺾어왔다.
갈대는 생각보다 드셌다.
리챠드는 손가락이 찢어져 피가 났고 나는 피가묻은 갈대를 손에 넣었다.
인간과 인간의 소통은 쉬운일이 아니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만도 아닐테다.

by 이따이카키 | 2007/11/16 14:24 | └ 영화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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