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무대는 턱이 너무 높다-색,계 / 이안

 

색, 계
(色, 戒: Lust, Caution, 2007)
이안
양조위 탕웨이



나도 다늙었다. 포스터들중에 재일 마음에 드는것이 미국개봉판이다. '시대극은 서부극' 브라운톤의 양키센스. 사실은 회색과 빨강이 적합한 영화다. 그러나 뭐 그냥... 예쁘지않은가.(젝일)

(스포일러있습니다)


인물들은 등장할 때마다 강렬한 불을 품은 이 인 듯 눈을 빛낸다.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모든 등장인물들이 마찬가지이다. 피난트럭위에서 탕웨이의 친구가 그렇고, 주인공을 연극부에 끌어들이는 선배또한 그렇다.  




마작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의 서두에서 여인들은 대단히 위대한 일을 하는 듯 서로의 눈치를 살핀다. 사회적인 지위와 부를 가진 남편을 둔 부인들은 [원래 황재위에는 황비가 있는법이지요] 하고 웃는다. 카메라는 숨가프게 여인들의 눈치싸움을 쫒고 관객은 그 안에서 뭔가 의미를 찾기위해 같이 머리를 조우며 집중한다. 빠른 호흡속에 흔들리는 시선들과 의미심장한 대화와 표정들. 그러나 마작장면이 횟수를 더 할수록 알게된다. 그들은 그저 '마작' 을 하고있을 뿐이다. 그건 그냥 돈을따고 시간을 죽이는 테이블 위의 게임이다.
시대는 암울하고 내일이 어떻게 될 지 알 수가 없다. 그녀들은 그저 가벼운 욕망 속으로 도피하고싶을 뿐이다.

고아하게 등장했던 모든 등장인물들은 영화가 흐를수록 서서히 그 힘을 잃어가며 보는이를 안달나게한다.
사실은 다들 자신이 뭘 하고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이 영화의 관전포인트다.






부인들의 마작판 위는 마치 학생들의 무대와 같다.
이것은 여주인공이 비극을 잊기위해 어두운 극장을 찾는것과 마찬가지다.
연극부의 선배는 이런 무대위로 그녀(탕웨이)를 끌어들인다. 이곳은 그녀가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는 무대다. 물론 그녀가 선배에게 끌렸던것은 맞지만, 사실 그녀에게는 무대가 필요했다.
학생들의 작은 극단은 그들이 살고있는 시대가 너무나 무대를 꾸미기에 좋았기에 정도 이상으로 비대해진다. 무대는 그들은 집어삼키기에 이르고,
젊은 치기에 시작한 암살놀이에서 여주인공(탕웨이)는 스파이역에 케스팅된다.




탕웨이가 유혹에 성공 한 듯 보였던 중국인 일재간부(양조위)의 갑작스러운 전근으로 인해 연극은 허무하게 끝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연극은 황당한 인물의 살인으로해서 현실로 내려온다. 화려했던 무대로 그들이 꾸민 집도 사라지고 그럴싸했던 의상도 없다. 늘어진 학생셔츠에 피를 묻힌 선배는 이 흉측한 현실을 무대로 옮겨놓기위해 마지막 발버둥을 친다.

[것은 일본압잡이의 개 노릇을 한 대가다!!]

간신히, 그들은 이 상황을 무대위로 돌려놓았다. 그의 대사로해서 관객까지 구원받은 감정을 느낀다.








여주인공(탕웨이)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 살고있지만 다시 선배가 찾아오고, 연극으로 돌아 올 것을 종용한다.
그녀는 이를 받아들인다.
슬프게도 그녀에겐 풀지 못 한 비극의 꼬리가 있다. 양조위를 유혹하기위해 원치않는 남자와 잠자리연습을 했던 기억이 그녀를 놓지 않는다. 그녀는 양조위와 섹스를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구시대 중국에서 여자로 살아가야 할 그녀의 몸뚱이는 갈 곳이 없다.
그녀는 다시 양조위에게 접근한다.

배역을 빼앗길까봐 아무것도 믿지 않는 남자와 무대에서 내려 올 수 없는 배우인 여자.
그들의 관계는 시대라는 무대위에서 자신의 배역을 지키기 위한
무대에서 벗어나고싶은 욕망이 으 뒤엉켜간다.




사실은, 20분의 섹스신은 무서웠다.
(.. 어떻게 그게 야하게 느껴 질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그들이 무대에서 내려 올 수 있는곳은 고작 침대에서 뿐이었기때문에. 그 뜨거움은 타오르는 불이 아닌 끓는 기름과 같은 형태다.
무엇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기는 여자와 남자, 둘 다 마찬가지다.
양조위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있는지 모른다. 상황은 나빠지고있다. 끝이 다가오고있음을 느낀다.
탕웨이또한 느낀다. 그녀의 배역은 스파이지만 그를 사랑하는 순간 그녀는 무대밖으로 끌려내려와야만 한다. 그 때가 다가오고있음을 느낀다.
선배는 탕웨이에게 키스했지만 그것은 너무 '해야만했던' 모양새였다. 그는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지도 확신이 없다. 그저 이 역활을 멋드러지게 만들어야만 했다.

[왜 3년전에 이러지 않았나요]

3년전에 그녀가 자신의 배역을 위해 원치않는 남자에게 처녀를 주지만 않았다면,
처녀를 조금이라도 좋아했던 남자에게 줬다면,
그녀는 무대에서 내려올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삶이 연기이고 그녀가 배우가 아니라도 참을 만 했을것이다.






더럽게 격동하고있는 시대속에서, 작은 인간들은 멍청하고 연약하기 그지없다.
조금 덜 멍청해 보이고 조금 덜 약해보이기위해 크게 움직이고 큰 소리로 대사를 치며 연기할 밖에.
이들이 선 무대는 내려오기엔 턱이 너무 높고 상대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상대배역의 욕망에 집어삼켜져 지는 순간, 배역을 잃는다.
그리고 현실의 더럽고 축축한 땅 위에 무릎을 꿇는다.
그러나 승자가 차지한 무대는 너무나 외롭다.
 

재미있는것은 이 배역들의 싸움에서의 승리가
먼저 무대에서 내려와 사랑에 빠져버린 양조위에게 돌아갔다는 것이다.
어느 연애나 뒤늦게 빠지는쪽이 진다는 진리. (오호)





잘라 말 하면 재미있었다.
이안은 헐리우드에서 사랑받을 만 하다.
중국특유의 담담함과 홍콩영화가 가진 서양인들의 입맛에 맞는 호흡을 헐리우드식의 두꺼움에 잘 섞는다.
대자본을 빨아들였다 뱉었다 해야하는 영화감독에게 '보는이를 지겹지 않게 하는'감각은 감사한 재능이다. 그리고 생각도 많고 하고싶은 말도 많고 적당히 예술 하는 흉내도 내 줘야 욕을 안 먹는다. 이안은 두 마리 토끼를 척척 잡는다. 좋겠다. ㅍㅍ(음)

신인인 탕웨이의 연기는 입에 오르내린만큼 무섭게 좋았고. 아아. 이게 첫 영화라고? 당신정말...
양조위야 뭐... 뭔 말을 해야겠어. 그대는 양조위인것을.

by 이따이카키 | 2007/11/13 11:41 | └ 영화 | 트랙백 | 핑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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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하늘연날 at 2007/11/13 12:45
그대는 양조위...정말 공감 1만배입니다.ㅠㅠ
보고싶네요 정말
배부르게 읽고 갑니다^^b
Commented by 이따이카키 at 2007/11/13 13:50
양조위 훈-훈-히 나이들어갑니다. 음.
Commented by 猫眼 at 2007/11/13 18:46
유후~ 잘 분석(?)하신듯! 탕웨이의 연기는 정말 덜덜덜~ 제2의 장쯔이 탄생일런지~ 영화가 러닝타임이 길었는데도 재밌었어요^^
Commented by 라임라임 at 2007/11/13 20:19
그대는 양조위인것을... 말이필요없군요.
영화 초반부의 불안과 의심, 생활의 고난이 묻어나던 양조위의 눈빛이 후반부로 갈수록 흔들리는데,,
정말 그는 양. 조. 위. 였답니다.
Commented by 이따이카키 at 2007/11/14 09:10
/런닝타임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어느동내 정말 저런 남자가 살고 있다고 해도 믿을정도로 케릭터를 소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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