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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눈에 띄였던 것은 회색의 석상이었다.
검은 차 안은 새가죽냄새와 여자의향수가 매케하게 어울려 뒹굴었고 창밖으로는 황금으로 장식한 거대한 철문이 다가왔다. 아이는 창문위에 손을 대어 그 높이를 가늠 해 보았다.
"루이."
이름이 불려진 아이는 유리에서 손을땐다. 그녀의 목소리는 창밖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 지겨운 검은 스커트 위에 겹쳐진 흰 손은 시체같이 청명했다. 루이는 짧게잘라 이마를 간지럽히는 머릿칼을 눈 앞까지 당겨내렸다. 머릿칼은 그녀의 흰 손위에 황금색 균혈을 벌렸다. 앞머리 사이로 창밖을 다시 올려다 봤다. 번쩍이는 황금색 철문은 이제 창을 완전히 장악했고, 루이의 금발은 그에비해 마치 하얗게 흩어졌다.
서서히 차가 철문안으로 움직이자 어께를 옥죄는 공포가 엄습해 숨을죽여 가슴을 숨겼다. 거대한 철문은 느릿느릿 열리고 길은 다시 시작되었다. 끝나지 못한 길은 숲과함께 움직인다. 검은 풀과 정동색의 나무. 마치 악몽과같은 공간에 갇히자 갑자기 루이는 웃기 시작했다. 언제나 공포의 연장은 아이에게 기묘한 희열을 느끼게 했다. 전투를 즐기는 아이였다. 여자는 아이를 가슴으로 끌어당겨 빈틈없이 꽉 끌어안았다. 여자의 심장이 뛰고있는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아파트를 벗어나 이곳에 오기까지 루이를 한번도 만진 적이 없었다. 흰 손은 여전히 시체같았다. 드디어 숲이 끝나고 멀리에 핑크색 저택이 나타났다. 그러나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루이에게 주어진 방은 아주 컸고 두개로 나뉘어져있었다. 문을 들어서면 거실형태의 공간이 있고 그곳엔 가구와 장식들이 있었다. 베이지색 벽지에는 초록색과 인디핑크의 꽃넝쿨이 있고 오늘쪽으로 난 또 하나의 문을 열면 침실이 있었다. 침대는 흰 침구로 쌓여있었고 큰 거울이 3개나 있다. 루이는 창을 열었다. 바람이 루이의 머릿칼을 날려 어께를 때렸고 그것이 거울에 미쳤다. 거울에 비친 창틀에 작은 인영이 움직여 루이는 재빨이 창밖을 보았으나 그곳엔 움직이지 않는 분수가 있을 뿐이었다. 물이 흐르지 않는 분수의 위엔 회색의 석상이 있었다. 부서진 날개를 가진 석상은 천사인지 악마인지 알아 볼 수가 없었다
"가방은 아무곳에나 두시면 됩니다. 식사하시는동안 정리하겠습니다."
"제가 할께요."
"아닙니다. 마리아, 아가씨께 인사드려라. 이 아이가 지금부터 아가씨의 가장 가까운곳에서 시중을 들 아이입니다. 조용하고 똑똑한 아이이니 마음에 드실것입니다."
남자는 말쑥하게 차려입고 루이에게 소녀를 소개했다.
손목에만 흰 천을 댄 검은색의 원피스를 입은 소녀는 젖은흙색의 얼굴을 하고있었다. 눈은 크지 않았지만 눈동자는 검고 커서 흰 자위가 잘 보이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인디언일 수도있고 동양아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크게 굽슬거리는 단발머리는 붉은색이었다.
"마리아입니다"
소녀는 무릎을 굽혀 인사했다. "몇살인가요?" 라고 묻자 "잊어버렸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말쑥한 남자가 웃으며 그녀가 숫자를 모른다고 말 했다. 그리고 루이와 비슷한 나이일것이라고도 말했다. 자신의 나이도 모르는 아이가 어떻게 해서 '조용하고 똑똑'할 수 있는지 루이는 잠시 의문이 들었다.

"머리가 길구나. 더 잘라야겠다."
한걸음에 달려내려온 분수대의 옆에 단정한 진주색은 원피스로 갈아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아침에도 잘랐잖아요"
"그래도 길구나."
루이의 블론드는 어께위에 살짝 흔들릴정도였고 루이는 어제까지 등을 덮었던 자신의 긴 머리를 생각해 냈다. 
"저녁을 먹고나면 내 방으로 오렴"
그렇게 말 하고 그녀는 저택으로 돌아섰다. 엠파이어라인의 진주색 원피스가 여자의 흰 피부와의 경계선을 찾기 힘들어 그녀의 검은 머릿칼만 선멍히 흔들렸다. 흥. 루이는 짧게 내뱉고 다시 분수의 석상을 올려다 봤다. 동그란 눈이 어디를 보고있는지 알 수 없는 석상. 웃고있는지도 모르겠다. 루이가 석상의 길게 늘어진 치맛자락의 밑을 봤을때 아까의 인영이 몸을 들어냈다.
순간 숲이 부스럭부스럭 울기시작했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흰 셔츠와 흰 리본. 베이지색의 바지. 그리고 검은 머릿칼은 짧았지만 앞머리는 길게 눈위로 흔들렸다. 루이는 손을들어 자신의 짧은 앞머리를 잡아당겼다. 갑자기 이마가 간지러워졌기때문이다.
"너는 여자애니?"
인영이 물었다.
"응"
"그런데 왜 바지를 입고있어"
"치마를 입을때도 있어"
"여자아이는 치마를 입어야지"
"치마를 입을때도 있다니까."
인영은 웃었다. 인영이 말을 이을때마다 숲도 함께 흔들렸다. 인영은 허리에 손을 올리고 우아한 턱을 하늘로 향해 들었다. 루이는 주먹을쥐었다가 다시폈다. 어께에 힘을 빼려고 애를쓰고있었다. 검은 머릿칼이 움직이자 예쁜 갈색눈동자가 드러난다. 루이는 침을삼켰다. 인영에게 들리지 않았기를 바랬다. 그런생각을 하고 문뜩 가슴이 뻑뻑해 지는 기분을 느낀 루이가 숨을 크게 들이내쉬었다. 공기는 분명히 그의 편이었다. 루이의 몸은 대기에 짓눌려 일그러지고있었다. 인영이 웃는다. 루이는 눈이 커졌다. 패배를 인정해야했다. 바람은 인영의 검은 머릿칼을 날려 흰 이마를 들어내보였다. 신경질적으로 그는 머릿칼을 흔들어 내린다. 앞머리를 정리하는동안의 그는 마치 눈앞의 루이가 없는 이인 냥 관심을 두지 않았다.
기묘하게도 그런 시선의 거둠이 루이를 화가나게했다. 갑자기 몸이 추워졌다. 인영이 앞머리를 정리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루이는 옥죄어지는 몸을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문뜩, 심장이 시원스레 뛰기시작했고 거리낌없이 맑은목소리로 내뱉었다.
"나는 너를 가져야겠어"
결국, 루이는 그의 갈색 눈동자를 자신에게 되돌렸다. 공기가 움직이고, 바람이 루이에게로 불어들었다.

by 이따이카키 | 2007/11/06 09:51 | 내부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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